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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게’ 멈추지 않은 선수들, 편견을 깨다

최은진 기자 | 2016.08.20 15:08:08

‘여자답게’ 멈추지 않은 선수들, 편견을 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자답게'는 조신하거나 얌전하다는 뜻이다. 거친 운동을 하거나, 남성들이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이를 직업으로 삼으면 여자답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활약한 여자 선수들은 자신들이 '여자답게' 멈추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늘 (20일) 여자 태권도 67kg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오혜리 선수는 올림픽 출전 전 자신의 SNS에 "여자라서 포기할 이유는 없다. 무슨 일이든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여자라서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하는 여자..."무서워"

18일 여자 태권도 49㎏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소희 선수도 그랬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는 여자가 무슨 태권도냐.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 제가 여자라서, 아니 여자니까 도전 목표를 정말 크게 꿈꾸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소희 선수는 "그동안 '여자에게 태권도는 위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에게 '태권도를 한다'고 말했더니 '어휴 아가씨 무섭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며 자신이 겪는 편견에 대해 털어놓았다.

만약 오혜리, 김소희 선수가 사회가 말하는 여자다운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췄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는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을까?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 역시 '여자는 배구 선수를 하기 힘들다'는 편견과 싸우며 성장했다. 김연경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편견에 운동을 그만두었다면 현재의 김연경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금도 '여자'배구 선수라는 선입견과 마주치곤 한다. 7월 12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출정식 기자회견장에서 김연경 선수는 '여자 선수로서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에 김 선수는 "아직 임신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받아쳤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연경은 자신을 선수가 아닌 여성으로 한정 짓는 그 질문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린 셈이다.

땀 흘리는 여자..."이상해"

운동하는 여성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여성을 본 경험이 드물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서 '체육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여학생 비율이 무려 73%였다.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을 본 적이 없으니, 운동과 여성을 자연스럽게 한데 묶어 생각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여학생들이 잘못했네' 라고 떠넘기기엔 여학생 체육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교육부의 2014 여학생 체육 활동 현황 결과를 분석하면 '소질이나 취미가 없다'(40.6%)가 1위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체육 수업 내용이 재미없어서' 16.3%, '체육복 갈아입기가 불편해서' 9.3%였다. 여학생들이 체육을 즐길만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탈의 시설, 샤워실 마련과 같은 배려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자답게, 하이킥! 스파이크!

'여자답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여학생 체육을 위한 길이다. 미국의 경우 1972년 6월 제정된 미국의 교육평등법 '타이틀 나인(Title IX)'으로 스포츠 양성평등을 위한 환경을 만들었다. '미 연방의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활동에 있어, 누구도 성별을 기준으로 참여를 제한받거나, 혜택이 거절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팀 운영, 선수 선발, 종목 선정, 장비 및 지원품, 코칭 기회, 라커룸 시설 등에서 남녀 학생은 차별 없는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법을 준수하지 않는 학교에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제한된다. '타이틀 나인' 이후, 미국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71~1972년 29만 4,015명이었던 여학생 체육 인구가 2010~2011년 317만 3,549명으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운동하는 학생이 많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타이틀 나인' 이후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크게 줄어들었고, 더 이상 땀 흘리는 여성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여자답게'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학생 체육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엘리트 체육 육성에 집중해 왔다. 그나마 부족한 일반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남학생 체육에 우선적으로 배정됐다. 그 과정에서 여학생 체육은 '이중소외'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위축됐다.

다행히 최근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 학교 스포츠 클럽 리그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반 여학생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학교 스포츠클럽 리그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4년여 만에 전국 630여만 명의 초중고 학생 중에 선수로 참가하는 학생만 무려 52만 명을 넘어섰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누구나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땀 흘리는 여학생과 여자 선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야 할 때다. 체육을 즐기는 여학생들이 많아지고, 땀 흘리는 여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그래야 제2의 오혜리, 김소희, 김연경을 꿈꾸는 소녀들이 '여자답게'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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